성남시립국악단 제65회 정기연주회 신춘 음악회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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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3-26 17:55본문
성남시립국악단(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진성수)이 3월 25일(금) 오후 7시 반에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신춘 음악회를 개최했다.
시국적 어려움에 대한 위안과 재도약의 바람을 담은 듯, 박범훈 작곡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뱃노래’>가 음악회의 서막을 힘차게 장식했으며 이어 박환영의 대금 연주가 이어졌다.
<박종기제 대금산조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시공(時空)’ 위촉 초연곡>
을 작곡한 박환영 씨가 직접 연주해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박종기제 대금산조는 가장 오래된 산조이지만 시대를 초월한 현대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곡으로 다른 악기의 산조에서는 보기 어려운 2분박 형태의 리듬이나 글리산도로 길게 흘리는 주법, 군로사령(춘향가 중)의 호탕함을 나타낸 설렁제와 다양한 리듬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금산조의 백미로써 현행 대금산조의 뿌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곡의 전체적 구성은 타악과 대금의 서주로 시작해 진양조, 중모리, 엇모리, 타악 연주, 자진모리로 독특한 리듬 패턴을 가지고 있어 매우 다이내믹하게 느껴지게 했다.
이어 김창환 편곡의 <민요와 관현악>을 소리꾼 이재숙(선영), 함영희, 정연경, 공윤주가 불러주며 관객의 흥을 한껏 돋우었다.
노랫가락, 창부타령, 이별가, 뱃노래, 자진뱃노래,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 한 오백년, 강원도 아리랑, 궁초댕기 등의 곡이 열창되는 동안에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호응을 보냈다.
해금이라는 악기를 대중화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해금계의 거장 정수년 선생이 <해금 협주곡 ‘혼불V-시김’>을 연주하면서 음악회의 분위기는 더욱 더 고조되었다.
곡을 작곡한 임준희 씨는 작곡의 배경에 대해서 “故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혼불 시리즈 중 5번째 작품으로 소설 혼불 제5권 ‘아소 님아’에서 받은 미학적 이미지를 해금 독주곡으로 플어 놓아보았다. 이 작품의 부제인 ‘시김’은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판소리의 멋과 맛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음을 꺽어 올렸다, 궁글렸다. 뒤집었다 하는 등으로 음의 다양한 변화를 주는 기법인 ‘시김새’라는 용어에서 나온 말로써 이 작품에서는 해금의 다양한 음색 변화와 주법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시김새의 기법을 활용해 보았다.
두 번째는 ‘삭임’ 또는 ‘씻김’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말로 고달픈 우리 민족의 삶 속에 맺혀 있던 ‘한’을 ‘신명’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은 관현악 도입부와 해금 솔로, 관현악 튜티가 교대로 나오다가 함께 오우러지는 등 다양한 텍스쳐로 이루어진 10개의 부분이 해금 독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긴장과 이완의 변화를 통해 진행된다. 남도 판소리에서 파생된 계면조의 선율적 특징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였으며 잦은 길바꿈(조바꿈)을 통해 단조로움을 피하고 자유롭고 다채로운 소리의 길을 열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민영치 작곡, 이고운 편곡의 <설장고 협주곡 ‘오딧세이-긴 여정’>으로 성남시립국악단의 악장 중 한 사람인 박영진이 연주했다.
신들린 카덴자, 완벽한 박자감을 보여주어 미친(?) 존재감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영진 타악 연주자는 관객들을 몰입시키며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냈다.
소금과 피리가 타악을 받쳐주며 <캐리비언의 해적>과 <왕벌의 비행>에서 얻어지는 짜릿한 긴장감과 동시에 신명나는 통쾌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연주였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로 좌석수가 한정되어 아쉬움은 있었으나 워낙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의 무대로 꾸며졌기에 한예종, 국립전통예술고 학생 등 음악도들이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음악 평론가 윤중강 씨가 사회를 보며 관객들에게 곡의 이해를 편하게 도왔다. 윤중강 씨는 성남시립국악단의 상임지휘자인 진성수의 이름을 ‘진성’과 ‘성수’라는 단어로 풀어내는 등 특유의 재치로 음악회의 분위기를 흥겹게 이끌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