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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성남 태평동 모녀 촛불추모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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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02-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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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태평동 모녀 촛불추모제가 214일(화) 오후 7시에  숯골문화공원(성남시의료원 근처)에서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주민교회,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성남교육희망네트워크, 열린교회, 성남4.16연대 등의 주최로 개최되었다. 

 

'사회적 비극, 태평동 모녀의 죽음을 추모합니다'라는 메시지를 가진 행사는 지난 달 9, 성남시 태평동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유서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주최측은 가난과 빚, 생계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 한 채 외롭게 삶을 마감해야 했던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성남시민사회단체들이 그분들을 추모하는 작은 촛불추모제를 마련했으며 그 분들을 추모하며 우리 이웃들이 더 이상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를 희망한다고 했다.

 

촛불추모제는 박재만(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사무처장)의 사회로 묵념, 헌화, 추모 공연(허튼춤, 유예린 / 한국무용 및 진도북춤 예술인), 추모시 낭독(서덕석 / 열린교회 목사), 발언1 (이훈삼 / 주민교회 담임목사), 발언2 (심우기 /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발3 (최만식 경기도의원), 시민발언 (김철호 / 목사, 희년 빚탕감 상담소 소장), 선언문 낭독 (장지화 / 진보당 수정구지역위원회 민생특별위원장) 등으로 진행되었다. 

 

[추모시]

 

<태평동 두 모녀 추모시>

 

미안해해야 할 사람들은 우리들입니다

 

서덕석 (시인, 열린교회 목사) 

 

미안해하지 말아요 

당신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지독한 가난속에서도 

거짓으로 속이거나 빼앗고 

훔치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이 

공과금이 연체되는 것도 죄스러워하고 

차라리 밥을 굶을 지언 정 

삭월세는 꼬박 꼬박 납부해 온 

당신들은 그 누구보다 

정직하고 선량한 시민들이었습니다. 

 

일하지 않고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 밖에 할 수 없어 

늙고 병드신 어머님 약값이라도 벌려고 

꼭두새벽에 집을 나가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볼 틈도 없이 

땀 흘려 일하였지만 

되돌아 온 것은 불어나는 빚이었지요. 

 

투전판이 되어버린 저잣거리에서는 

돈 놓고 돈 먹는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노예살이나 진배없는 노동 현장은 

정직과 신의, 성실 따위는 

쓸모없는 구닥다리 대접만 받으니 

힘없고 착한 사람들부터 

눈물 머금고 당할 수 밖에 없었지요. 

 

장사는 할수록 손해이고 

노동이 거듭 될수록 몸은 망가져 

끝내 목숨까지 집어 삼키는데 

무슨 재주로 살아남느냐고요, 

어제는 당신들이 당하였지만 

오늘과 내일은 우리들 차례지요

 

우리 모두가 가난뱅이에다 

빚만 잔뜩 지고 사는 루져들인걸요. 

 

그까짓 돈 푼이 뭔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더 대접받는 

요지경 세상이 야속하기만 하네요, 

삼시세끼 챙겨 먹고 다리 뻗고 살만하면 

욕심 좀 내려놓으면 어디가 덧나나요?

 

가진 사람들일수록 그악스럽게 굴고 

장사 밑천이라도 빌려쓰면 

웬 이자가 원금보다 더 많아지지요? 

 

당신들이 

가난한 삶의 무게에 지쳐 있을 때 

기대어 쉴 어깨를 내어주지 못한 

우리들이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제 각각 살길을 찾아 헤매고 있느랴 

한 동네, 바로 옆집에서 나는 

고통스러워하는 당신의 신음소리에 

무심했던 우리들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들판에서 풀을 뜯는 짐승들도 

뒤에 오는 동료와 어린 것들을 위해 

한 입만 먹고 자리를 내어 주는데, 

우리들 인간이란 동물에게서 

풀 뜯는 짐승의 아량을 기대하기란 

정녕 사치스러움에 불과할까요? 

 

우리들의 밥그릇에서 

많이도 말고 한 숟갈씩 덜어주었더라면, 

경쟁선에서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섰더라면, 

푼돈은 이자라도 싸게 매겼더라면, 

월세를 조금이라도 낮춰 받았더라면, 

가난한 이웃들이 힘들어 할 때 

손을 잡고 하소연이라도 들어 주었더라면 

당신들도 씩씩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겠지요. 

 

끝내 그러지들 못해서 미안합니다. 

고통스러운 짐을 함께 나누어 지지 못한 

우리들이 오히려 죄송합니다.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돈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며 

빚 때문에 고통당하지 않아도 되는 

저 세상에서 편히 쉬십시오. 

 

당신들은 미안해하지 말아요 

진정 미안한 사람들은 

살아남은 우리들입니다. 

 

[추모 선언문] 

사회적 비극, 태평동 모녀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지난 달 9, 성남시 태평동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유서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빈집 현관문은 잠겼고 불은 꺼져 있었습니다. 한 달 가까이 드나든 사람 없는 집이었습니다. 따뜻한 공동체의 손길을 느끼지 못한 채 삶을 포기한 태평동 모녀의 죽음에 참담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숨졌던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 비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9년 성북구 네 모녀, 봉천동 탈북 모자, 2020년 방배동 모자 사망사건, 지난해 8월에는 수원시에 거주하던 60대 어머니와 두 딸이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9장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11월 서대문구에서도 모녀가 생활고를 겪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들이 살던 집 현관에는 수개월째 연체를 알리는 공공요금 고지서가 쌓여 있었으며 이들 역시 기초수급 등 복지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연쇄적인 죽음은 가난한 이들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민생대책과 복지정책이 시행되고, 서로 돕고 함께 사는 손길이 있었다면 이분들이 그렇게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죽음을 단순한 비극으로 치부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지금 태평동 모녀의 죽음을 사회적 비극이라고 여기며 깊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고금리·고물가 속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된다면 제2와 제3의 사각지대 방치 희생자가 나올까 우려됩니다. 가난한 이들을 고리의 대출로 꾀어내는 약탈적 금융, 장애가 있거나 아픈 이들과 그 가족이 병원비와 돌봄 필요에 압사당하는 사회에서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과 공적 시스템을 재정비 해야 합니다.

 

위기 정보를 질병, 채무, 고용, 체납 등으로 확대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을 더 보완하고, 대출금리 인하와 에너지 재난지원금 지원으로 사회의 거대한 벽에 갇혀 절망하는 분들이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와 성남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기관, 사회복지단체 등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합니다. 

 

우리는 죽음보다 가난이 두려운 사회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멈춰야 합니다. 가난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아무런 구조신호도 보내지 않고 그저 침묵한 것은 아닙니다. 가난한 분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열어야 합니다.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태평동 모녀의 서러운 죽음을 추모하고 애도합니다. 부디 가난도, 차별도, 고통도 없는 세상에서 평안하시길 빕니다. 오늘 촛불추모제에 그치지 않고, 빈곤과 불평등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합니다. 

 

2023214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주민교회,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성남교육희망네트워크, 열린교회, 성남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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