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주기 전태일 추도식, “연대와 나눔의 정신으로 이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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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11-13 18:09본문
전태일재단(이사장 박승흡)은 11월 13일(목)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묘역에서 제55주기 전태일 추도식을 개최했다.
이번 추도식은 전태일의 숭고한 희생과 상생의 가치를 되새기며 ‘전태일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의미를 더해 진행됐다.
전태일은 1970년 11월 13일,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헌신하며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전태일재단은 매년 이 날을 맞아 추모식을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55주기를 맞은 올해는 전태일의 연대와 나눔의 정신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하고 국가기념일 지정의 의지를 다지는 도약의 자리로 삼고자 했다. 재단은 “이번 추도식이 전태일의 정신을 제도적으로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한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도식은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의 추모기도로 시작해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의 인사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의 추도사, 조승호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의 투쟁사 낭독이 이어졌다.
이후 종합예술단 ‘봄날’의 추모공연이 펼쳐졌으며, ‘전태일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 퍼포먼스와 기념촬영도 진행됐다.
이날 추도식과 함께 제33회 전태일 노동상 시상식도 열렸다.
올해 수상자는 개인부문에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 특별상에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노조(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동조합), 공로상에는 故 유희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 대표와 월간 작은책이 선정됐다.
전태일재단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참석자들이 따뜻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차 나눔 부스를 운영했으며, 십시일반 음식연대가 현장 운영을 함께 지원했다. 재단은 ‘작은 나눔이 큰 연대를 만든다’는 전태일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하 전태일 노동상 선정과 관련한 심사내용 전문이다.
[33회 전태일노동상 선정 사유]
-지친 이웃에 내미는 따뜻한 손길을 응원하며
전태일노동상에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
공로상에 월간 『작은책』과 밥묵차 故 유희 대표
특별상에 공동투쟁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전태일노동상 대상
얼마 전 우리는 뉴스로 송출되는 충격적인 동영상을 걱정 어린 눈으로 지켜봤습니다. 벽돌 더미에 몸이 칭칭 감긴 채 지게차로 옮겨지던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영상입니다. 단지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질책하고 조롱하던 관리자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를 묶은 사람도 같은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라고 합니다.
이런 처참한 동영상을 곳곳에 알리며 도움을 청한 이들 중에는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이 있습니다. “조사를 진행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그의 약속대로 기자회견이 열리고 언론을 통해 정글 같은 대한민국의 실상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문길주 센터장의 운동은 실생활에 밀착해 있습니다. 노동자 작업복세탁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유해물질 범벅 작업복을 집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운동을 13년 동안 했습니다. 그 꾸준한 노력 덕에 지금은 전국 30곳가량의 작업복세탁소가 지자체와 산업단지에 만들어졌습니다. 8년째 외치고 있는 노동자 조식식당도 이제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입니다. 이주노동자 작업복 겨울옷 나눔행사도 그의 손길을 거쳤고 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라는 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당사자 눈높이에서 노동하는 사람으로서 자존감을 높이고 권익을 신장하는 사업을 효과적으로 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심사위원회가 ‘생활밀착형’ 실천가, 문길주 센터장에게 33회 전태일노동상을 드리는 이유입니다.
전태일노동상 공로상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오덕 선생께서 하신 말씀이랍니다. 이오덕 선생의 뜻을 창간정신으로 삼은 『작은책』이 1995년 5월1일 돛을 올렸으니 올해가 꼭 30주년 되는 해입니다.
독자 최지은 작가는 월간 『작은책』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폭염 속 지붕 없는 곳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형틀목수의 글, 고용불안정과 기관의 갑질 속에서 교육 의지를 잃고 지쳐 가는 한국어 강사의 글, 도시의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 관한 환경미화원의 글, 치매 노인 돌봄의 고충을 털어놓는 요양보호사의 글은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려 주기도 하고, 안다고 착각했던 세계를 좀 더 선명히 보여 주기도 합니다.”
『작은책』은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상과 노동을 담담하게, 또 따뜻하게 이야기합니다. 『작은책』이 가진 힘의 원천입니다. 오늘도 월간 『작은책』은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진보언론이 겪는 고질병입니다. 2026년부터 구독료를 5천원에서 7천원으로 올립니다. 10년 만입니다. 월간 『작은책』이 정상궤도에 올라 모든 노동자가 매일 자신의 일을 글로 남길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대합니다.
또 한 분의 공로상 수상자는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의 상징, 故 유희 대표입니다. 故 유희 대표는 살아생전 여러 투쟁 현장을 누볐습니다. 90년대 시작된 그의 따뜻한 밥 연대는 소성리로, 영등포 쪽방촌으로, 하이디스로, 쌍용차로, 아사히로, 팽목항으로, 전장연으로, 가난한 이들의 이름 없는 농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투쟁하는 사람이라면 밥묵차 밥 안 먹어본 이가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고인은 췌장암으로 1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묘비에는 그가 바라던 대로 “밥은 하늘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졌습니다. 고인을 추천한 이는 “가장 낮은 곳을 지키며 가장 높은 밥을 지었던 그녀의 삶을 전태일노동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간직하길 바란다”고 썼습니다. 그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상을 드립니다.
전태일노동상 특별상
이소선 어머니는 양대 노총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꼭 “하나가 되어 싸우세요. 하나가 되면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심사위원회는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건설, 똑바로 범국민대책위원회’를 주목했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건설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건설현장 불법하도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체불, 산재사고, 부실시공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합니다. 비단 타워크레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건설현장 전체, 더 나아가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는 공동투쟁입니다.
건설노동자, 특히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윤석열 내란 정권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건폭’으로 매도당하며 타워크레인 노동자 400여명이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중단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무도한 탄압을 버티고 넘어선 것입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공동투쟁의 역사를 꾸준히 썼습니다. 2019년에도, 2021년에도 양대 노총이 공동으로 타워크레인 점거농성을 전개했고,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 문제를 풀었습니다. 하나 되어 싸운 덕분입니다. 이 상이 조금이라도 그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 2026년, 범국민대책위가 성과를 내길 기원합니다.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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